태권도는 크게 겨루기와 품새, 시범 이렇게 세 가지 세부 종목으로 분류되어 각기 다른 형태로 발전해오고 있다.
1) 겨루기의 발전
태권도가 세계적인 스포츠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겨루기의 경기화가 가장 큰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권도가 스포츠를 수단으로 성장하지 않았다면 무예적인 측면으로만 존재했을 것이며, 일본의 가라데나 중국의 쿵푸나 우슈와 같은 무술들을 능가하는 스포츠로서의 가치를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1960년대 중반 태권도 겨루기의 경기화가 가시화되자 태권도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많은 논쟁이 있었으며, 최홍희는 “태권도의 경기화는 태권도 기술의 3대 요소인 형, 대련, 격파 중에서 대련만으로 승부를 결정하게 되므로 불리하다. 따라서 시합 시 착용하는 호구가 기술을 완전히 발휘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다.”며 반대하였고, 황기는 태권도를 무술로 규정하고, “무술이란 원래 인간의 생명을 두고 직접적인 대련으로 하는 것이므로 시합이 불가능하다. 기술이 그 형태나 방법에서 근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므로 경기화는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태권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스포츠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면서 각 유파별로 제각각 시행되던 경기규칙을 통일하여 제정함으로서 태권도 겨루기의 제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62년 최초로 겨루기 경기규칙이 제정되면서 1963년 ~ 1964년에는 개정이 이루어졌고, 1963년 제44회 전국체육대회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됨으로써 1970년대를 기점으로 겨루기 경기화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1973년 제1회 세계태권도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되면서 ‘태권도 경기’라는 명칭으로 국제 스포츠로 변신을 도모하였고, 이후 1975년 국제스포츠연맹연합회(GAISF)에 가입과 1978년 각 중앙본관(9개관)을 폐쇄하여 대한태권도협회 중심으로 단일화를 하였으며, 1980년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태권도를 스포츠 경기 종목으로 인정하고 세계태권도연맹(WT)을 승인하게 되었다. 이를 토대로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2021년 도쿄, 2024년 파리 올림픽에 이어 2028년 LA 올림픽까지 정식종목 지위를 유지하면서 8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태권도에서 구사 가능한 기술을 제한하고 일부 특정기술을 특정하는 스포츠적인 모습으로 경기화를 가속화 한 것은 무술 및 무예 등 격투기 종목들이 각 종목마다의 독창성과 차별성을 지니면서 스포츠 경기로서 제도화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며, 이렇게 기술을 제한하고 특정 기술을 강조하는 것은 스포츠로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정형화, 형식화, 안정성, 공정성, 경쟁성을 담보해야 하는 경기로서의 태권도가 기술체계 내에서 겨루기 경기를 시작으로 스포츠적인 독창성을 강화하여 세계적인 보급을 하게 되면서 스포츠로서 제도화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2) 품새의 발전
과거 품새는 겨루기의 비약적인 발전과는 달리 단지 승급이나 승단을 하기 위한 과정으로 큰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었으며, 1972년 태극 품새 제정 이후에도 아무런 개정이나 검증의 노력 없이 묵시적으로 수련되어져 오면서 각 지역과 협회 등에 따라 기술의 구분 동작들이 일관되지 못하게 적용되어져 왔다.
하지만 1992년 제1회 ‘태권도한마당’대회에서 품새 종목을 선보임으로써 무도성을 추구하는 태권도 경기로 재평가되어 발전하기 시작하였고, 경희대학교와 용인대학교를 비롯한 대학 총장기 대회에 품새 부문을 도입하여 대학특례입학제도가 생기면서 품새의 경기화는 가속화되었다. 이에 구체적인 경기규정에 대한 필요성을 체감한 세계태권도연맹에서 품새 경기규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2003년 품새 경기규정을 제정하여 발표하였고 이어 2006년 대한태권도협회에서도 경기규정이 제정되면서 품새 경기는 상임심판, 선수, 경기규정 등 엄연한 스포츠로서의 제도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대한태권도협회의 경기규정은 잦은 판정시비를 줄이기 위해 수차례 개정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은 통일된 기준의 품새 채점 기준이 제정되었으며, 경기규정의 제정은 심판, 선수, 규칙이라는 스포츠 경기의 요건을 충족시키며 품새 상임심판이라는 제도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06년 품새 경기규정이 제정되고 경기화를 위한 조건들이 갖추어지면서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개최를 비롯하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월드마스터게임(World Master Game)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고, 2018년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품새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하여 성공적으로 경기를 치루었다. 이어 2019년 리마 팬암게임과 2019년 나폴리 유니버시아드게임까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2023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그리고 경기품새의 한 분야로 태권도 기술을 바탕으로 안무와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자유품새가 도입되면서 2011년 제6회 세계품새선수권대회에서는 시범종목으로, 2012년 제7회 세계품새선수권대회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그리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자유품새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품새 발전의 또 다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3) 시범의 발전
(1) 태권도 시범의 공연화
공연예술로서의 태권도 시범은 태권도 기술요소 외에 공연의 예술적 요소와 그 틀 안에서 태권도 시범이 구성 되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범기철의 ‘태권무’는 태권도 공연예술의 첫 시도로 여겨지고 있으며 단순히 태권도와 무용의 결합 정도에 그쳐, 극의 흐름이나 음악과의 조화가 일관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1990년대 후반 기독교 선교단체인 할렐루야 태권도 시범단에서는 ‘십자가의 고난’이라는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며 태권도 공연을 통한 선교활동을 펼치기도 하였다. 이후 2000년대 초반 태권도 소재의 무술 공연이 세계의 공연시장에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무술 퍼포먼스 2002년 ‘점프’를 시작으로 2006년 대한태권도협회의 ‘신화’와 코리아 아트컴퍼니의 ‘비가비’에서 본격적으로 태권도 공연을 기획하여 ‘더 문(The Moon) Ⅰ, Ⅱ, Ⅲ’, ‘신화 Episode Ⅰ,Ⅱ’, ‘태권몽키’, ‘탈(TAL)’ 등 태권도를 소재로 한 태권도 공연이 제작되기 시작하였고, 태권도 시범이 공연화 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에서도 2015년 ‘Great Taekwondo’라는 태권도 공연을 시작으로 2018년 ‘한국의 혼’ 시즌 4까지 국기원에서 상설 공연을 진행하였으며, Y-Kick 엔터테인먼트 태권 뮤지컬 ‘혼’은 2016년 제주도 상설 공연을 비롯하여 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선보인 공연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태권도 공연은 사설 단체뿐만 아니라 대학 시범단에서도 다양한 스토리 구성으로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경희대학교는 ‘황금띠의 전설’, ‘태왕사신전’, ‘Go to school’ 등 매년 새로운 태권도 공연을 선보이고 있으며, 2004년 세계태권도한마당에서 보여준 경희대학교 시범단의 ‘안중근’ 스토리 시범은 최근까지도 많은 시범단에서 재구성되어 공연된 바 있다. 우석대학교 시범단에서도 ‘타타인붓다’, ‘The 춘향’, ‘소리킥, 흥부! 소리를 차다’, ‘전우치’ 등의 다양한 주제의 공연을 선보였으며 현재까지도 지속하여 발전시키고 있다.
(2) 태권도 시범의 경기화
경기로서의 태권도 시범은 태권도 겨루기 종목이 1988년 서울올림픽 시범종목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태권도가 빠르게 세계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엘리트 선수 위주의 편향된 발전과 무도적인 측면이 상실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자 태권도의 무도성을 회복하고 생활체육으로서의 태권도 발전을 도모하고자 1992년에 열린 제1회 ‘태권도한마당대회’(現, 세계태권도한마당)가 개최되었다. 대한태권도협회 주관하던 ‘태권도한마당대회’가 1999년 국기원으로 이관되면서 경연종목과 방식에서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으며, 2003년 단체전 형식으로 시작된 ‘세계태권도무예대회’도 현재의 ‘팀 대항 종합경연’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4년에는 ‘태권도한마당’과 ‘세계태권도무예대회’가 통합되어 ‘세계태권도한마당’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본격적으로 격파, 품새, 호신술, 태권체조, 팀 대항 종합경연 등 모든 종목을 경기화 하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대한태권도협회 주관 ‘제1회 태권도격파왕대회’와 국기원 주관 ‘제1회 세계태권도시범경연대회’를 개최하였고, 이후 ‘웰빙태권도페스티벌’, ‘한국대학태권도연맹회장기 전국태권도대회’, ‘KTA 태권도시범공연대회’, ‘전국태권도시범경연대회’, ‘KTA 다이나믹태권도’,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 등 다양한 시범대회가 개최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태권도 시범이 본격적으로 경기화 됨에 따라 각 대학에서는 우수선수를 확보하기 위해 대학입시제도에 시범부문을 신설하였다. 2014년 한국체육대학교를 시작으로 2015년 경희대학교, 2016년 용인대학교가 대학 총장기 대회에 시범부문을 추가하였으며, 2022년 대한태권도협회 정식 승인을 받으면서 격파대회로 구분되어 심판자격연수와 상임심판제도가 생겨났고, 2023년에는 ‘기술격파 단체전’ 종목을 승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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